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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고추장, 간장의 과학적 발효 원리

by enos100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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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장류인 된장, 고추장, 간장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자연 발효 과학의 집약체입니다. 이 세 가지 발효식품은 각각의 재료와 발효 환경, 미생물 작용에 따라 고유의 맛과 향, 영양소를 만들어냅니다. 본문에서는 된장, 고추장, 간장이 만들어지는 과학적 발효 원리를 중심으로, 각 장류가 어떤 미생물과 효소의 작용을 거쳐 탄생하는지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된장고추장

된장의 미생물과 효소 작용

된장은 메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메주는 삶은 콩을 찧어 일정한 크기로 성형한 뒤 자연 발효와 건조를 통해 만들어지며, 이 과정에서 발효의 핵심이 되는 미생물들이 형성됩니다. 대표적으로 곰팡이류인 Aspergillus oryzae와 Mucor, 박테리아인 Bacillus subtilis 등이 있으며, 이들은 콩 속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데 관여합니다.

 

된장의 가장 핵심적인 발효 원리는 단백질 분해입니다. 콩에 풍부하게 포함된 단백질은 Bacillus subtilis가 분비하는 프로테아제(protease)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아미노산으로 전환되며, 이 아미노산이 된장의 깊은 감칠맛을 형성합니다. 특히 글루탐산(glutamic acid)은 강한 감칠맛을 내는 대표적인 아미노산으로, 자연적인 MSG라 불릴 만큼 맛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된장의 짠맛은 단순히 소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발효과정 중 생성되는 다양한 유기산과 효소작용에 의해 균형 잡힌 맛으로 변합니다. 이때 소금은 단지 방부 효과뿐 아니라 미생물 생장 조절 기능도 수행하여,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유익균이 안정적으로 발효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합니다.

 

된장은 발효가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다양한 향미 물질이 생성됩니다. 예를 들어, 에탄올, 에스터, 알데하이드 등은 복합적인 된장 특유의 향을 만들어내며, 이는 각 가정이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는 된장의 풍미 차이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된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미생물과 효소, 시간과 온도라는 과학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추장의 당화 발효 메커니즘

고추장의 발효는 주로 곡물의 당화 과정과 단백질 분해 과정이 함께 일어나는 복합 발효입니다. 고추장의 주요 재료는 찹쌀(또는 멥쌀), 메줏가루, 엿기름(말츠), 고춧가루, 소금 등으로 구성되며, 이 재료들의 조합에 따라 발효 조건과 미생물 작용이 결정됩니다.

 

엿기름에는 다량의 아밀라아제(amylase) 효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효소는 쌀 속의 전분을 포도당과 말토스 등으로 분해하는데, 이 과정을 '당화'라 합니다. 당화 된 당분은 고추장의 단맛을 형성할 뿐 아니라, 이후 효모나 젖산균 등의 발효 미생물에 의해 에탄올, 젖산, 아세트산 등으로 전환되어 풍부한 향미와 감칠맛을 더합니다.

 

고추장의 발효는 보통 저온에서 장기간 천천히 진행됩니다. 이때 고춧가루의 주요 성분인 캅사이신(capsaicin)은 항균 작용을 하여 유해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고, 유익균만이 발효를 주도하도록 도와줍니다. 고추장에 포함된 메줏가루는 단백질을 공급하며, 여기에 포함된 Bacillus 계열 미생물들이 단백질을 분해해 다양한 아미노산을 생성합니다.

 

특히 고추장의 깊은 맛은 당화 된 당, 단백질 분해 산물, 발효 중 생성된 유기산, 그리고 고추 특유의 향신 성분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만들어지며, 이는 단순히 매운맛 이상의 맛의 층위를 형성합니다. 현대에는 고추장의 이 복합적인 발효 메커니즘이 건강과 미각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다수 진행되고 있으며, 단순 양념을 넘어 건강 발효식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간장의 숙성과 발효 과학

간장은 된장과 함께 만들어지는 발효액체로, 주로 메주, 물, 소금으로 구성된 장물을 통해 생성됩니다. 간장의 발효는 숙성과 동시에 미생물의 활동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간장의 색, 맛, 향, 점도가 결정됩니다.

 

간장의 발효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작용합니다. 된장의 발효에 관여한 Bacillus subtilis 외에도, Aspergillus oryzae, 효모(Zygosaccharomyces rouxii) 및 젖산균 등이 관여합니다. 특히 간장 발효의 핵심은 '복합 미생물 발효'로, 각각의 미생물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효소 작용을 통해 맛과 성분을 형성합니다.

 

간장의 감칠맛을 잡아주는 대표 성분은 아미노산과 펩타이드입니다. 메주 속 단백질이 프로테아제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서 아미노산(글루탐산 포함)이 생성되고, 여기서 간장의 특유의 맛을 형성합니다. 또한 간장의 갈색 색상은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의 결과로, 당과 아미노산이 열과 시간에 반응하여 생성되는 갈색 화합물 덕분이라고 합니다.

 

간장 발효 중 생성되는 알코올, 에스터, 산류 등은 간장의 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와 동시에 염도는 미생물 생장을 조절하고 부패를 방지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며, 전통 간장은 평균적으로 15~18%의 염도를 유지합니다. 숙성 기간은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2년 이상이며, 이 기간 동안 간장은 점차 더 깊은 맛과 향을 가지게 됩니다.

 

간장의 과학은 단순한 염수 보관이 아닌, 미생물 생태계를 조절하며 천천히 맛을 창조하는 고도의 자연 과학입니다. 이는 현대 생명공학에서도 주목받는 생물발효 시스템 중 하나로, 전통 장류의 가치를 과학적으로 재조명하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결론

된장, 고추장, 간장은 우리 식생활을 지탱하는 전통 발효식품이자, 자연 발효 과학의 정수입니다. 각 장류는 미생물, 효소, 발효 환경의 조화를 통해 깊은 맛과 건강한 성분을 창출하며, 이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전통 장류에 담긴 과학과 지혜를 식탁 위에서 직접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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